22/08/2026
DIRECTOR IN CONVERSATION WITH THE GELATIERE
- 천재박 디렉터, 유시연 젤라띠에레
● GROUND COLD가 한국의 토종곡물을 젤라또로 소개하는 브랜드라는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흥미롭게 느껴진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것은 그라운드 콜드가 토종곡물을 단순히 새로운 식재료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통 곡물을 활용한 디저트라고 하면 ‘쌀맛’, ’콩맛’처럼 재료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라운드 콜드는 어떤 품종인지, 어떤 땅에서 자랐는지, 누가 재배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공되었는지까지 모두 하나의 맛을 이루는 요소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서 경험했던 젤라또 문화를 떠올렸습니다. 좋은 젤라또는 특별한 기술보다 좋은 재료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가에서 시작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스타치오나 헤이즐넛을 사용할 때도 단순히 ‘피스타치오 맛’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품종인지, 그 재료가 가진 향과 질감을 어떻게 가장 잘 표현할 것인지에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그라운드 콜드 역시 같은 질문을 토종곡물에 던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점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이것은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디저트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국의 좋은 재료를 젤라또라는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 이탈리아 젤라또의 전통은 지역의 좋은 재료를 맛으로 표현해 온 문화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토종 곡물을 젤라또로 만드는 시도에는 어떤 의미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젤라또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젤라또는 기술을 자랑하는 디저트가 아니라 재료를 존중하는 문화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레시피를 설계하고 질감을 만드는 기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술은 어디까지나 좋은 재료를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많은 젤라또들도 결국은 지역의 농산물에서 시작됩니다. 브론테의 피스타치오, 피에몬테의 헤이즐넛, 아말피의 레몬처럼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료가 하나의 젤라또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한국 역시 충분히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토종곡물은 품종마다 향과 단맛, 질감이 분명히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차이를 섬세하게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라운드 콜드의 시도는 그 차이를 ‘맛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한 스쿱의 젤라또를 통해 특정 품종을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그 품종이 자란 땅과 생산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새로운 플레이버를 만드는 일을 넘어, 한국 농산물의 가치를 세계적인 젤라또 문화 안에서 새롭게 이야기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그라운드 콜드는 곡물을 첨가한 젤라또가 아니라, 곡물 하나의 품종을 맛의 중심에 두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세운 개발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재료보다 앞서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레시피를 개발하다 보면 더 풍부한 맛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를 추가하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재료의 개성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좋은 젤라띠에레는 새로운 맛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재료가 가장 아름답게 드러날 수 있도록 균형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당도와 유지방, 질감까지 모두 곡물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했습니다. 곡물이 가진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그 여운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저는 레시피를 완성하는 순간보다, 한 입 먹었을 때 ‘이 곡물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라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개발자로서 가장 큰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 곡물은 과일이나 초콜릿처럼 향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재료와 달리 맛이 섬세하고 익숙합니다. 소비자가 곡물의 개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려면 어떤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오히려 그 ‘익숙함’이 곡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쌀과 콩을 거의 매일 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 익숙해서 그 안에 있는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품종이 달라지면 향도 달라지고, 단맛도 달라지고, 씹었을 때의 질감과 여운도 분명히 달라집니다.
젤라또는 그런 차이를 가장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강한 단맛이나 과도한 지방감, 화려한 부재료는 처음에는 인상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작 재료의 본질을 가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레시피를 설계할 때 늘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덜어낼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곡물의 은은한 향이 입안에서 천천히 퍼지고, 먹고 난 뒤에도 그 품종만의 여운이 남는 것.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젤라또는 강한 맛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본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디저트여야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소비자가 “이 쌀은 내가 알던 쌀과 다르다”, “콩도 이렇게 섬세한 향을 가질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 이번 협업을 통해 그라운드 콜드 젤라또가 일반적인 곡물 아이스크림이나 전통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와 구별되기를 바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번 젤라또가 ‘곡물이 들어간 디저트’가 아니라, ‘품종을 경험하는 젤라또’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곡물을 활용한 디저트는 곡물의 고소함이나 건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접근입니다. 하지만 그라운드 콜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이 품종이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돼지찰벼를 다른 찹쌀로 바꾸거나, 백년 검정콩을 다른 검정콩으로 바꾸었을 때 같은 맛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품종이 바뀌면 젤라또의 인상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저는 좋은 젤라또는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가 아니라, 재료를 기억하게 만드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스쿱을 먹고 “맛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재료는 무엇일까?”, “왜 이 품종을 선택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DIRECTOR IN CONVERSATION WITH THE GELATI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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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천재박 Jvak Cheon. 브랜드 디렉터, 어콜렉티브
GELATIERE
유시연 Siyeon Yoo. 젤라띠에레, 젤라또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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