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2/2026
에스토니아의 국경을 넘어 도착한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겨울은 낮게 가라앉은 하늘을 닮아 있습니다.
성 베드로 성당의 푸른 첨탑이 묵직하게 도심을 지키고, 무채색의 브리비바스 거리를 선명하게 가로지르는 노란 백팩의 자전거가 이 도시의 첫인상이 되었죠. 낡은 아파트 단지의 파스텔톤 외벽 사이로 고개를 내민 일상의 풍경들은 차가운 눈 위에서도 묘하게 다정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리가는 뜻밖의 위트를 건네오기도 합니다. ‘DRAMATIC EXIT'이라 적힌 초록색 문 앞에서 무심하게 얼음을 깨던 현지인의 뒷모습이나, 눈 덮인 광장 한복판에서 붓끝으로 도시의 윤곽을 새겨넣던 할아버지 화가의 열정처럼요.
추위를 피해 들어선 작은 서점과 카페는 밖의 계절을 잊게 할 만큼 아늑했습니다.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노란 조명 아래, 투박한 검은 도자기 보울과 손때 묻은 가구들.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이런 사소하고도 온기 어린 조각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트비아의 찬 공기 속에서 발견한 이 다정한 시선들이 마우어를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조용히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