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20
살롱 도스또옙스끼 큐레이션
오늘은 북큐레이터로서 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작품들만을 엄선한 소설책 아홉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 셀렉션에 ‘무시무시하도록 치명적인 소설들’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1. 요코 이야기(요코 가와시와 웟킨스 지음, 윤현주 옮김)문학동네
일제 하에서 우리나라의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차출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죠. 전쟁 막바지 조선에 들어와 살던 일본인 가족에게도 어린 딸이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그 어린 소녀의 자전적 회상기입니다.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에서 일본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이 소녀가 겪고 치른 충격적인 고통과 멍에가 선명한 문장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 한때 금서로 찍히기도 하고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었죠. 1986년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희귀 절판본이어서 판매가 11,000원에 드립니다.
2.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민음사
저로 하여금 도리스 레싱의 충성스러운 독자가 되게 한 작품입니다. 정상적인 두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 후,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건전하고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그런데 별종, 아니 괴물 같은 다섯째 아이가 태어나 이 가족을 조금씩 파괴하게 되죠. 그 긴장감이 침을 삼키게 하고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입니다.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이 소설만큼 강렬하게 풍자하면서 조롱하는 작품이 또 있을지... 판매가 5,500원에 드립니다.
3. 악의 쑈(최치언 지음)웅진 문학임프린트 곰
제가 만든 출판사에서 제가 직접 발굴해서 만든 책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최고의 극작가가 된 소설가 최치언의 첫 번째 소설이기도 하구요. 이 소설엔 우리나라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깡패와 양아치와 건달과 조폭들이 등장해서 피의 성전을 치릅니다. 저자는 서사를 최대치로 일그러뜨리면서 악의 극한을 묘사합니다. 희귀 절판본이고 판매가 7,500원에 드립니다.
4.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미국 현대문학이 배출한 세계적인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장편소설입니다. 로즈워터라는 주정뱅이 백만장자를 내세워 자본과 금전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비루해지는지를 희화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술집의 화장실 벽에는 이런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재떨이에 오줌을 싸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우리의 소변기에 담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이게 바로 커트 보네거트 식 위트죠. 판매가 7,500원입니다.
5. 회색곰 왑의 삶(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시튼 동물기의 그 시튼이 지은 우화적인 장편소설입니다. 왑이라는 회색곰의 느린 삶을 작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눈으로 관찰하죠. 어떤 질서나 비밀은 ‘응시(gaze)’ 만으로도 응답한다는 것일 이 작품은 보여줍니다. 시튼이 발견한 회색곰 왑의 그렇고 그리하여 그런 세계, 그 자연과 생태의 싱그러운 냄새를 맡는 시간은 자연스레 힐링과 휴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판매가 5,000원에 드립니다.
6. 개의 심장(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김세일 옮김)창비
러시아의 문제 작가 불가꼬프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으로 인간으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개(샤리끄)가 인간이 된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SF 형식의 소설인데요, 사실은 스탈린 체제의 숨막히는 정치적 억압과 착취를 민중적 입장에서 풍자하고 고발하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가 이런 형식을 취하게 된 이유였다고 하네요. 판매가 6,000원에 드립니다.
7. 조서(르 끌레지오 지음, 정혜숙 옮김)세계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끌레지오가 스물세 살에 발표한, 그의 등단작이자 르노도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누보로망 계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현대문명 속의 인간 소외와 고독, 단절을 극도의 탐미적이고 실험적인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판본보다 역자해설이 들어 있는 세계사 판본이 작가의 의도를 더 섬세하게 반영한 판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매가 8,000원에 드립니다.
8. 수단 항구(올리비에 롤랭 지음, 우종길 옮김)열린책들
미치도록 아름답고 서늘한 소설입니다. 시인 황인숙 샘이 어느 날 도언 꼭 읽어봐,라고 말씀하시면서 던져주신 책이죠. 작가 올리비에 롤랭은 세상과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버림 받은 한 인간의 고독한 방황을 통해 체제나 문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망명한 이들을 위로하죠. @ 은평구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