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6/2026
26년 6월 2일 출근인사
내 등 뒤에 쌓여 있는 책들, 그중 두 권은 올봄의 꽃잎을 품고 있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작약의 마지막 한 송이가 서점을 떠났다. 어제, 6월 1일, 여름 초입의 일.
아침에는, 반년만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출근인사 교정지가 돌아왔다. 다시 일 년을 살아보아야지. 결연해지지만, 실은 쉽지 않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매 꼭지마다 기록되어 있는 하루가 고스란이 체감되는 까닭이다. 거의 대부분의 글을 이 자리에 앉아서 썼고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하루의 면모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고 있다. 그때의 짐작은 틀렸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해보는 수 년 뒤에 대한 가늠만큼이나. 그야말로 터무니없게 형편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 역시 제자리인 것이다. 낙담이라면 낙담이고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는 수해 동안의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런 십 년 치 일 년, 십 년 치 하루들을 다시 읽기란 애처롭고 어려운 일이다. 애처로워 어려운 일이다.
하루이틀 사이 펀딩을 시작하려는 것 같은데, 이 서점과 함께한 당신들의 이름을 가지고 싶다. 비록 책을 사야 가능한 일, 돈이 드는 일이지만, 위트 앤 시니컬 최대의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이곳을 기억한다면 –설령 내게 섭섭한 마음이 있더라도- 제발 제발 참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펀딩보다 필요한 건 당신의 이름. 꼭 남겨주세요.
홍지호의 새 시집을 펼친다. 『아주 간단한 스위치』(민음사, 2026). 읽다가, 그의 첫 시집을 확인하고 온다. 그런 시집이 있다. 일어나 책장으로 갔다가 돌아온 동안 육 년이 지난 것 같다. 혼잣말, 중얼거림으로부터 귀엣말, 소곤거림으로. 혼잣말은 자백에 가깝고 귀엣말은 고백에 닿는다. 혼잣물은 단단하지만 귀엣말은 그렇지 않다. 쉬 무너지고 만다. 둘을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 완전 다른 일이니까. 그럼에도 귀엣말이 어렵지. 중심을 붙들고 무너지지 않게 쓸려나가지 않게 해줄 건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 사이) 역시 해설을 쓴 소유정도 작은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리
한쪽 손이 따뜻해
햇살이 한쪽 손을 데우고 있다
햇살 때문에 잠시
손과 손의 온도가 달라져
당신이 항상 앉은 자리에
누가 앉아 있어서
신경 쓰여
노트에 적어 보았다
한쪽 손도 햇살의 안쪽으로
옮겨 본다
따뜻해지네
따뜻해지기 위해
햇살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두 손은
자리를 나눠 앉았네
노트에 적어 보았다
당신이 들어온다 우리는
왜 이렇게 늦었어
누가 먼저 앉았잖아요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네……
당신이 맞은편 자리에 마주 앉는다
나는 햇살 아래 노트를 서둘러 숨기고
어깨 위에 햇빛이 한 조각
당신을 힐긋거리고 있다
-
와 같이 노트에다가, 말할 수 없는 사이의 당신에게. 여기에도 용기가 있다. 언어와 말 사이에서 말에 가깝게 마음으로 마음으로. 지호 씨. 어제 아침 일찍, 지호 씨 새 시집 간절히 원하던 독자가 있었어요. 하필 월요일 아침. 주말 동안 있던 재고가 다 나가고, 한 권도 없었어요. 독자는, 아쉽다 아쉽다 그러면서 다섯 권의 시집을 가져 갔어요. 다섯 권과 바꿀 만한 아쉬움이었나 봐요.